부동산은 공급 사이클로 돈다
⚡ 금리는 이 사이클 바깥에서 순환 전체를 흔드는 외부 힘이다. 2021년 저금리가 대표적.
아래에서 14개 시도 데이터로 이 고리를 하나씩 검증했다. ↓
이 리포트를 읽는 법 · 상관(r)·신뢰도·신뢰 게이지
어려운 통계 용어는 쓰지 않았다. 대신 두 가지만 알아두면 충분하다.집이 모자라면 전세부터 오른다
신뢰 높음 · 생활권 단위 · 시차 1분기사이클의 출발점은 공급 부족이다. 그리고 그 부족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은 매매가 아니라 전세다.
공급이 부족하면 실수요가 전세로 몰려 전세가가 오른다. 반대로 입주가 쏟아지면 전세가 눌린다. 수도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 보면 이 관계가 또렷하다 — 공급이 많았던 분기에는 전세가 오르기를 멈추고 오히려 소폭 내렸다.
수도권: 공급 수준별 전세 상승률
전세가 매매를 밀어올린다
신뢰 매우 높음 · 전 지역 예외 없음전세가는 매매가의 바닥을 받친다. 전세가 오르면, 매매가도 따라 오른다.
전세 변화와 매매 변화의 동조성은 분석한 14개 시도 전부에서 양(+)으로 확인됐다. 전세가 매매를 떠받치는 힘은 어디서나 작동한다. 다만 그 강도는 지역마다 다르다 — 지방 대도시(대구·부산 0.8)는 거의 한 몸으로 움직이고, 서울은 0.55에 그쳐 가장 느슨하다.
전세–매매 동조성 (높을수록 함께 움직임)
오른 집값이 공급을 부른다 — 땅이 있는 곳에서는
지역별로 갈림 · 시차 약 1년집값이 오르면 건설사가 움직인다. 단, 즉시가 아니라 약 1년의 시차를 두고서, 그리고 지을 땅이 있는 곳에서만이다.
건설사는 매매가가 오른다고 바로 삽을 뜨지 않는다. 반년에서 1년쯤 시장을 지켜보다 사업성이 확실해지면 부지를 사고 인허가를 신청한다. 그런데 이 반응은 땅이 있어야 가능하다. 택지에 여유가 있는 일부 지방은 가격 신호에 공급이 반응하지만, 택지가 바닥난 수도권은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인허가가 따라오지 못한다.
매매 상승 → 인허가, 지역별 연결 강도 (1년 시차)
공급은 수 년 뒤에 현실이 된다 —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신뢰 매우 높음 · 착공→준공 r 0.84인허가가 나면 곧 착공으로, 착공은 수 년 뒤 준공(입주)으로 이어진다. 이 구간은 사이클에서 가장 단단하지만,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졌다.
인허가와 착공은 거의 동시에 움직인다(r 0.76). 착공에서 준공까지는 과거 약 28개월(2년 남짓)이었지만, 최근에는 약 37개월(3년 남짓)로 늘었다. 공사비 급등·인력난·안전기준 강화 등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 같은 양을 착공해도 입주가 더 늦게 도착한다는 뜻이다.
전국 아파트 공급 흐름: 인허가 → 착공 → 준공
입주가 몰리면 전세부터 꺾인다
신뢰 높음 · 지역 단위에서만 보임마침내 입주가 시작되면, 늘어난 물량이 전세가를 누른다. 사이클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준공(입주) 물량이 늘면 약 1분기 뒤 전세가가 내린다(음의 상관). 핵심은 이 효과가 전국 단위에선 보이지 않고, 지역으로 내려가야 드러난다는 점이다. 입주장은 본래 그 동네의 현상이라, 전국을 뭉뚱그리면 지역마다 다른 입주 시점이 서로 상쇄돼 사라진다.
입주 → 전세 하락, 지역별 강도
사이클이 도는 곳, 끊기는 곳
같은 사이클이라도 지역마다 강도가 다르다. 6개 고리 중 몇 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수로 매겨봤다.
대구·경북·대전은 사이클이 가장 뚜렷하게 돈다(6개 고리 중 5개 작동). 반면 서울은 1개만 작동해 가장 약하다. 특히 서울은 '매매→공급' 고리가 끊겨, 사이클이 완결되지 못하고 상승 압력만 쌓이는 구조다.
지역별 사이클 작동 점수 (6점 만점)
금리 — 사이클 밖의 변수 — 순환 전체를 한꺼번에 흔든다
금리는 사슬의 고리가 아니다. 사슬 바깥에서 순환 전체를 흔드는 외부 변수다. 공급 사이클은 정해진 순서로 천천히 도는 반면, 금리는 그 흐름과 무관하게 갑자기 움직여 순환 전체를 흔든다.
저금리는 조달 비용을 전세가율·임대수익률 아래로 끌어내려, 대기하던 잠재 수요를 매수로 전환시킨다. 없던 수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있던 수요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그렇게 오른 가격이 추가 상승 기대를 낳는 재귀적 상승으로 번진다. 2021년 저금리 국면에서는 공급 사이클상 상승기가 아닌데도 매매가가 단기 폭등했고, 2022년 고금리 전환은 예정보다 이른 시점에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금리 충격이 잦아들면 공급 사이클은 다시 원래의 흐름을 되찾는다.
수도권 매매·전세 vs CD금리
지역별 매매·전세 추이
수도권은 투자, 지방은 실거주
전세가율(전세÷매매)은 그 시장에 투자 수요가 얼마나 끼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세가율이 낮으면(수도권) 매매가가 전세보다 훨씬 높다는 뜻 — 사람들이 거주 가치보다 미래 상승 기대에 더 많이 지불하는, 투자성이 강한 시장이다. 전세가율이 높으면(지방) 가격이 거주 가치에 수렴한, 실거주성이 강한 시장이다. 광역시는 그 중간이다.
시도별 전세가율 — 투자성 ↔ 실거주성 스펙트럼
지방은 빠르게, 수도권은 길게 — 올라타는 지방, 안고 가는 수도권
사이클의 길이가 지역마다 다른 건, 결국 공급이 얼마나 빨리 나오느냐의 차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투자의 호흡을 가른다.
지방은 택지가 많아 공급이 금방 나오고, 시장이 작아 적은 물량도 전세·매매에 곧장 반영된다. 그래서 사이클이 짧고 또렷하다. 수도권은 택지가 없어 공급이 굼뜨고, 투자 수요가 두꺼워 기대·금리가 펀더멘털을 자주 압도한다. 그래서 사이클이 길다.
- 착공 기준 향후 3년 공급을 확인해 공급 공백기에 진입
- 공급이 가격에 즉각 반영 → 사이클이 짧고 회전이 빠름
- 보유 2년차(양도세 중과 해제)에 매도 고려
- 공급이 굼뜨고 투자 수요가 두꺼워 사이클이 길다
- 긴 시계열로 접근 — 단기 입주 타이밍보다 보유가 유효
- 대규모 멸실(재건축) 국면 진입 → 공급 공백이 장기 상승 압력
2028년, 멸실의 시간이 온다
지금까지의 사슬이 지역에 따라 5년(지방)~10년(수도권)을 도는 중기 순환이라면, 그 위에 훨씬 느린 40년짜리 파동이 하나 더 겹친다. 주택의 수명, 곧 멸실이다.
아파트는 보통 준공 40년 안팎에 재건축 연한에 들어가고, 50년을 넘기긴 어렵다. 그렇다면 언제 많이 지었는지를 보면, 언제 많이 헐어야 하는지가 보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아파트 공급이 폭증했고 1995년 연 43만 세대로 정점을 찍었다 — 이 물량이 40년 뒤인 2028년부터 차례로 멸실 연한에 도달한다.
아파트 준공 연도 → 40년 후 멸실 연한 도달
문제는 헐어야 할 양과 헐 수 있는 양의 격차다. 2028~2045년에 40년 연한에 도달하는 아파트는 누적 약 566만 세대, 연평균 31만 세대다. 그런데 최근 실제 아파트 멸실은 연 2만 세대 수준 — 도달 속도의 16분의 1에 불과하다. 격차만큼 노후 재고가 쌓인다. 실제로 30년 이상 아파트는 2015년 50만 세대에서 2025년 295만 세대로 6배 늘었다.
멸실 속도별 — 1988~95년 공급분(239만 세대) 처리에 걸리는 시간
한눈에 보는 요약
- 공급이 부족하면 전세가 먼저 오른다. 공급과 전세는 반대로 움직인다(수도권 분기 입주 물량을 세 구간으로 나눠 다음 분기 전세 상승률을 보면 적은 분기 2.7% vs 많은 분기 −0.4%). 사이클의 방아쇠는 전세다.
- 전세가 매매를 밀어올린다. 14개 시도 전부에서 확인. 단 서울은 연결이 가장 느슨해 매매가 따로 달리기 쉽다.
- 오른 집값은 1년 뒤 공급을 부른다. 단 땅이 있는 지역에서만 — 충북·부산에서는 살아있고, 서울·경기는 택지가 없어 끊긴다.
- 공급은 수 년에 걸쳐 도착한다. 착공→준공은 가장 단단한 구간이지만, 그 기간이 과거 2년 남짓에서 최근 3년 남짓으로 길어졌다.
- 입주가 전세를 누르며 한 바퀴가 끝난다. 지역으로 봐야 보이는 효과. 한 순환에 지방은 5년, 수도권은 10년 안팎.
- 금리는 사이클을 덮어쓰는 외부 힘이다. 2021년 저금리가 잠재 수요를 매수로 전환시켜 수도권 매매를 전세의 3배 속도로 끌어올렸다. 금리 급변기엔 공급 사이클이 일시 정지된다.
- 2028년부터 멸실의 시간이 겹친다. 88올림픽 이후 지은 아파트가 40년 연한에 도달한다. 50년 안에 헐려면 연 20만 세대 이상 필요한데 현실은 연 2만 세대 — 빨리 헐면 전세난, 천천히 헐면 노후화, 어느 쪽이든 공급 부족이 길어진다.
사이클을 읽는 3가지 지표
① 전세가율 — 매매가 대비 전세가. 높아질수록 매매 전환 압력이 쌓인다.
② 입주물량 — 앞으로 해마다 들어올 입주를 그 지역 1년 적정물량과 견줘 적음·보통·많음으로 본다. 그동안 덜 지은 몫까지 더한 부족 세대가 1년 적정물량의 몇 배인지로 지역의 부족·여유를 판정한다. 착공 실적을 3년 뒤로 밀어 3년 앞까지 미리 보인다.
③ 인허가 — 착공 전 단계의 선행 물량. 허가 뒤 착공하지 않는 물량이 섞여 입주까지의 시차가 일정하지 않다. 지금의 인허가 절벽은 몇 년 뒤의 공급 부족이다.
세 지표 모두 국가 통계 원자료 그대로, 원천이 새 달·새 분기를 발표하면 자동으로 갱신해 제공한다.